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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엑시트》 - 줄거리 액션 메시지

by jjooluv 2025. 3.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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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엑시트 포스터

 

 

 

 

2019년 여름, 한국 영화계에 상쾌한 한 방을 날린 재난 코미디 액션 영화 ‘엑시트’는 그 해 가장 독특한 흥행작 중 하나였습니다. 단순히 위기에서 살아남는 스토리를 넘어서, 무기력한 현실을 살아가는 청년 세대의 자화상, 유쾌한 가족극, 코믹 액션 등 다층적인 매력을 지닌 작품으로 오랫동안 회자됐죠. 2025년 현재, OTT 서비스 재유입과 재개봉 요청까지 일어나며 다시금 주목받는 이 작품은 단지 ‘가스 피해서 도망치는 영화’가 아닙니다. 이번 글에서는 ‘엑시트’의 이야기 구조, 캐릭터의 성장, 연출의 완성도, 그리고 우리가 이 영화를 다시 꺼내보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 깊이 있게 살펴보겠습니다.

 

영화 줄거리와 캐릭터

무기력한 청춘, 영웅이 되다

영화의 주인공은 평범한 청년 ‘이용남’(조정석). 대학 시절 클라이밍 동아리의 에이스였지만, 졸업 후 몇 년이 지나도록 취업에 실패한 백수입니다. 그는 어머니(고두심)의 환갑잔치에서 가족들에게 민망한 존재로 서 있습니다. 대놓고 무시하진 않지만, ‘쟤는 아직도?’라는 시선이 가득한 상황이죠. 이날 연회장에는 대학 시절 좋아했던 후배 ‘의주’(윤아)도 행사 진행자로 일하고 있어, 용남은 더욱 위축된 마음으로 그녀를 마주합니다. 자신이 사회적으로 실패한 사람이라는 걸 절실히 느끼는 순간, 도시를 뒤덮는 정체불명의 유독가스가 발생하며 모든 상황이 뒤집힙니다.

여기서부터 영화는 빠른 전환으로 하이텐션 탈출극으로 돌입합니다. 엘리베이터는 멈추고, 계단은 봉쇄되며, 유일한 탈출 방법은 ‘수직 상승’. 이전까지 무기력한 백수로 보였던 용남은, 과거의 클라이밍 실력을 되살려 고층 건물을 타고 오르며 자신과 사람들을 구하기 위한 사투를 벌입니다. 이 과정에서 의주도 함께하며, 두 사람은 점점 협력하는 ‘생존 파트너’로 거듭납니다.

흥미로운 건, 이 모든 탈출 과정이 거대한 영웅 서사의 축소판처럼 보인다는 점입니다. 용남은 갑작스레 주어진 시련 앞에서 능동적으로 변화하고, 결국 자신을 구기던 가족들 앞에서 ‘자랑스러운 아들’이 됩니다. 하지만 영화는 전형적인 ‘영웅 탄생’의 클리셰에 머물지 않습니다. 용남은 여전히 백수이며, 상황이 끝난 후에도 그의 인생은 극적으로 바뀌지 않죠. 하지만 스스로에 대한 존중과 자신감이 생긴다는 점에서 이 영화의 진짜 메시지는 ‘내가 나를 구했다’는 것입니다.

 

영화의 액션과 유머

땀과 웃음, 현실을 뚫는 장르적 쾌감

‘엑시트’의 또 다른 핵심은 기발한 액션 시퀀스와 절묘한 유머감각입니다. 이 영화는 자극적인 폭발이나 할리우드식 과장된 연출 없이도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미장센을 선보입니다. 그 핵심은 바로 ‘높이’입니다. 고층 빌딩 외벽, 크레인, 철제 구조물, 도시의 굴곡진 루트 등은 모두 실제 환경 속에서 탈출 경로가 됩니다. CG에 의존하지 않은 실제 촬영과 리얼한 와이어 액션은 관객이 마치 함께 등반하고 있는 듯한 현장감을 줍니다.

여기에 더해 영화는 코미디적 타이밍과 유머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며 장르의 무게를 조절합니다. 특히 조정석 특유의 표정 연기, 리액션, 몸 개그는 긴장감을 무너뜨리지 않으면서도 관객에게 숨 쉴 틈을 줍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 중 하나는 구조 요청을 위해 온몸에 LED를 두르고 빌딩 위에서 춤을 추는 장면. 목숨이 걸린 순간인데도 어쩐지 웃기고, 한편으로는 애처로운 인간의 본성이 보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엑시트’는 위기의 순간에도 절박함 속의 웃음을 놓치지 않는 정서를 구축합니다. 특히 인물들이 갖고 있는 어설픔과 진지함이 섞인 행동은 ‘우리 같다’는 느낌을 주며 감정적 거리를 좁힙니다. 관객은 '저런 상황이면 나라도 저렇게 했을 것 같다'고 느끼며 극에 더욱 빠져듭니다. ‘엑시트’는 웃긴데 멋있고, 감동적인데 절박한 감정을 교차시키며, 재난 영화에서 흔히 보기 어려운 감정선의 다양함을 구현해냈습니다.

 

영화의 메시지와 여운

희망을 향해 뛰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

이 영화의 진짜 힘은 단순한 장르적 완성도가 아니라, 그 안에 녹아 있는 감정의 설계입니다. 특히 가족 간의 관계와 청춘의 현실에 대한 깊은 공감은 ‘엑시트’를 단순한 오락영화 이상으로 만들어 줍니다. 용남은 가족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존재입니다. 아버지는 말없이 실망하고, 어머니는 걱정으로 타박하며, 형제자매들도 미묘하게 비교합니다. 하지만 위기 속에서 그는 온 가족을 구하고, 그 과정은 자신이 쓸모 있는 존재임을 증명하는 과정입니다.

이 부분이 많은 청춘 관객에게 울림을 주었습니다. 사회에서 무시당하고, 가족 내에서도 위축되는 사람에게 ‘네가 너 자신을 구하면 된다’는 이 영화의 메시지는 강력한 위로로 다가옵니다. 또한, 용남과 의주의 관계도 단순한 로맨스로 그려지지 않습니다. 둘은 로맨틱한 감정보다도 공동체로서의 협력과 신뢰의 성장을 보여줍니다. 탈출이 끝나고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어떤 설명도 없이 깊은 감정이 느껴지죠.

감독 이상근은 이 작품을 통해 '우리 모두가 누군가의 히어로가 될 수 있다'는 작은 용기를 전하려 했다 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 의도는 스크린을 넘어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됐고, ‘엑시트’는 웃음으로 시작해 감동으로 마무리되는 진짜 힐링 영화가 되었습니다.

‘엑시트’는 단순한 재난영화가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 모두가 매일 맞닥뜨리는 무기력이라는 재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 재난 속에서 자신의 삶을 탈출하고, 다시 일어서는 법을 알려주는 영화가 바로 ‘엑시트’입니다. 웃고 싶고, 울고 싶고, 용기 내고 싶은 모든 사람에게, 지금 이 순간 다시 한 번 ‘엑시트’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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