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해 개봉한 영화 '항거: 유관순 이야기'는 단지 과거의 한 인물을 조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진짜 자유란 무엇인가’를 묻는 작품입니다. 유관순이라는 인물이 지녔던 불굴의 의지와 뜨거운 신념은 세대를 초월한 감동을 전하며, 특히 여성 독립운동가로서 그녀의 행적은 오늘날 더욱 특별한 의미로 다가옵니다. ‘항거’는 그 어떤 화려한 특수효과 없이도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하며, 진정한 ‘역사영화’의 본보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유관순의 삶과 정신을 담은 영화
‘항거: 유관순 이야기’는 조국의 독립을 외쳤던 17세 유관순 열사의 짧지만 깊은 생애를 섬세하고 진정성 있게 다룬 작품입니다. 영화는 3.1운동 이후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된 유관순의 삶을 중심으로 전개되며, 감옥이라는 제한된 공간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그녀의 저항 정신을 집중 조명합니다. 특히 영화는 유관순이라는 인물의 영웅적인 면모보다는, 한 인간으로서의 고통과 갈등, 공포와 희망을 현실감 있게 그려내며 관객과의 감정적 교감을 유도합니다.
김새론 배우는 어린 나이에 유관순 열사를 연기하면서도 깊은 내면 연기와 절제된 감정을 통해 인물의 비극성과 결단력을 잘 표현해냈습니다. 유관순은 단지 순종적이거나 수동적인 인물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영화 속 그녀는 동료들을 독려하고, 고문 앞에서도 당당히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등 적극적인 리더십을 발휘하며 항일운동의 상징으로 거듭납니다. 그녀의 눈빛과 언행 하나하나는 우리에게 ‘진정한 용기란 무엇인가’를 다시금 되묻게 만듭니다.
이 영화는 단순히 한 인물의 전기를 넘어, 그 시대를 함께 살았던 청년과 여성들의 목소리까지도 포착하고자 합니다. 유관순이 감옥에서 만난 동료 수형인들과의 연대, 그들 사이에 오가는 눈빛과 작은 대화는 강한 울림을 전합니다. 특히 여성 수형자들이 함께 부르는 독립선언 노래는 짧지만 깊은 감동을 주며, 개인의 외침이 민족 전체의 목소리로 확장되는 순간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이는 ‘항거’라는 제목이 단순히 개인의 저항이 아닌 집단적 투쟁의 의미로 해석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역사영화로서의 의미와 메시지
‘항거’는 단순한 감정적 울림을 주는 영화가 아닌, 본질적으로 교육적이고 철학적인 메시지를 담은 작품입니다. 영화는 3.1운동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단순히 배경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건의 내면에 담긴 인간 정신과 저항의 본질을 날카롭게 짚어냅니다. 특히 유관순의 감옥 생활을 통해 "자유란 무엇인가, 인간으로서의 존엄은 어떻게 지켜지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이는 단순한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입니다.
또한 영화는 전통적인 남성 중심의 역사 서술을 탈피하여, 여성 독립운동가의 삶을 중심 서사로 배치한 점에서 매우 주목받았습니다. 그동안 역사의 뒷편에 가려져 있던 여성들의 목소리가 영화 전반에 걸쳐 중심을 이루며, 이는 한국 역사영화에 있어서도 새로운 서사 구조를 제시한 의미 있는 시도입니다. 유관순은 개인적 고통을 넘어 시대와 맞섰고, 그런 그녀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여성’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적극적인 역사 주체였는지를 재확인할 수 있습니다.
비주얼적인 측면에서도 영화는 고증에 충실하면서도 예술적 완성도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서대문형무소 세트의 사실감, 조명과 카메라 워크를 통한 인물의 감정 표현, 침묵과 소리를 활용한 연출 등은 감옥이라는 닫힌 공간 속에서도 다채로운 감정을 끌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특히 극 후반부 유관순이 마지막으로 외치는 "대한독립 만세!"는 관객의 심장을 울리는 명장면으로 남습니다. 이런 정서적 몰입은 영화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선, 하나의 체험이자 감정적 기억으로 남게 만듭니다.
항일운동
역사와 오늘날의 가치
‘항거’가 다룬 항일운동의 이야기는 단지 한 세대의 과거가 아니라, 우리가 여전히 지켜야 할 현재의 가치입니다. 유관순 열사의 희생과 신념은 독립이라는 역사적 목표를 넘어서, 자유와 평등, 인간 존엄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대변합니다. 그녀가 보여준 용기는 단지 민족적 의무감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정의’에 대한 실천이었습니다. 오늘날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정치적 갈등, 사회적 불평등, 젠더 이슈 속에서도 이러한 ‘항거 정신’은 여전히 유효한 교훈이 됩니다.
이 영화는 또한 항일운동을 단지 한국의 역사로 국한하지 않고, 세계사적 맥락 속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돕습니다. 유관순의 저항은 아시아 식민지 해방 운동의 상징으로, 전 세계 여성 인권운동과도 그 흐름을 공유할 수 있습니다. 최근 국제 사회에서도 유관순을 ‘세계 여성 영웅’으로 조명하는 움직임이 있다는 점은 이 영화의 문화외교적 의미도 함께 시사합니다. 그녀의 정신은 국경을 넘어 보편적 인권의 상징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닙니다.
또한 ‘항거’는 우리 사회의 공통된 기억을 형성하는 데 큰 기여를 했습니다. 유관순이라는 인물은 좌우 이념이나 정치 성향을 떠나 모두가 존경하고 추앙하는 인물입니다. 이런 인물을 다룬 영화는 갈등과 분열의 시대에 우리가 함께 공감하고 공유할 수 있는 ‘공통의 감정’과 ‘공통의 가치’를 회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항거’는 단순한 과거 회상이 아니라, 오늘날 한국 사회가 추구해야 할 가치와 방향성을 제시하는 문화적 지표로서 기능합니다.
결론
‘항거: 유관순 이야기’는 단순히 과거를 회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재와 미래를 향한 메시지를 던지는 작품입니다. 유관순 열사의 삶을 통해 우리는 자유와 정의, 인간 존엄이라는 가치를 되새기게 됩니다. 특히 젊은 세대에게 이 영화는 단순한 역사 수업이 아닌, 삶의 방향과 철학을 고민하게 만드는 ‘인생 영화’가 될 수 있습니다.
아직 이 영화를 보지 않으셨다면, 지금이라도 꼭 시청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그리고 감상 이후에는 단지 감동에 머무르지 말고, 우리가 유관순 열사로부터 무엇을 배울 수 있을지, 어떻게 그 정신을 오늘에 이어갈 수 있을지를 고민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항거’는 끝난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안에서 계속 쓰여지고 있는 이야기입니다.